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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징병검사과도현경 주무관

2002년 6월 29일, 중학생이었던 나는 뜨거웠던 월드컵 열기에 여느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길거리 응원을 다니며 축제 분위기에 빠져있었다. 연평해전이라는 사건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어렸고 무지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무청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연평해전이라는 영화를 보고 그 날의 비극을 마음 깊숙이 새길 수 있었다.


연평해전이란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며 일어난 사건이다. 실제로 2차례에 걸쳐서 일어났는데 영화에서는 2차 연평해전을 다루고 있다. 초반부에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도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각자의 행복하고도 잔잔한 스토리가 이어졌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우직하게 군인의 길을 걸어가는 참수리호의 정장 윤영하 대위, 임신한 아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한상국 하사, 몸이 불편한 엄마를 끔찍이도 아끼는 박동혁 상병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어 벌어질 비극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그러한 장면들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끔찍했던 31분간의 2차 연평해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바로 눈앞에 동료들의 피와 살이 튀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기의 임무를 다하는 장병들의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아 울컥하는 감정이 가시지 않았다. 특히 옆구리를 관통당한 채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조타실을 지켰던 한상국 하사의 모습은 처절하고도 안타까웠다. 이러한 군인들의 희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온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더구나 군대를 경험한 적이 없는 여성들과 또 어린 학생들은 이러한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라는 시각적인 수단으로 군인들의 희생을 좀 더 가까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 안보에 힘쓰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고, 즐겁게 보냈던 시간에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가슴 깊이 인식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인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무청이라는 곳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4개월 남짓 되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새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병역의무자들의 전화를 받고 별다른 감정 없이 그저 일을 해왔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마음 편히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곳곳에서 청춘을 바쳐 군복무를 하고 있는 청년들 덕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군인들의 아름다운 희생을 잊지 않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병무행정을 수행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 여러분,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 김도희  yeu3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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