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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수분섭취가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

물은 체온을 조절하고 영양분과 노폐물을 운반하는 등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물이 부족해도, 물이 넘쳐도 건강에 좋지 않다. 수분의 섭취와 배출을 고려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20세기 중반 이전의 한 보고서에서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기준으로 하루에 섭취 권장되는 물의 양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2,000Kcal 정도 섭취하는 성인은 2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인은 음식을 통해서 상당한 양의 물을 마시고 있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경우라면 이미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추가로 필요한 물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리 많은 양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몸은 과량의 염분이나 수분을 콩팥으로 내보내고 부족한 경우에 소변으로 나가는 양을 줄여서 적절한 상태로 유지한다. 또한 체액이 1~2%만 감소해도 갈증을 유발해서 자연스럽게 물을 찾게 만든다. 정상적인 경우, 갈증이 느껴지는 1~2% 정도의 체액 부족이 우리 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많지 않기에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면 된다.

그러나 최근 피부나 노화, 질병에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한 말들이 널리 퍼지면서 오히려 과도하게 수분을 섭취해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또한 수분 섭취는 염분 섭취 정도와 함께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데 염분이나 수분 조절에 문제가 되는 질환이나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 과도한 섭취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노인 콩팥의 소변 희석 능력 감소와 ‘저나트륨혈증’

콩팥은 소변을 농축하거나 희석해 적절한 수분과 염분을 유지한다. 하지만 노인의 콩팥은 소변을 희석하거나 농축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어 수분과 염분 조절이 어렵다. 이러한 노인의 콩팥 기능 변화는 노화에 따라 콩팥에서 염분을 흡수하거나 내보는 수송체와 수분을 흡수하는 아쿠아포린의 감소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콩팥의 소변 희석 능력이 감소한 노인 환자가 지나치게 물을 섭취할 경우 물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해서 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트륨의 양이 적어지면서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 반대로 염분을 농축해서 충분하게 내보내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몸 안에서 과량의 염분은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관찰되는 부종은 최종적으로 이러한 염분 과다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콩팥은 노폐물이나 전해질을 소변에 녹여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콩팥이라면 하루 500mL 소변만으로도 하루 동안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을 충분히 내보낼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하여 더 많은 노폐물 배설이 가능하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경우 소변으로 나트륨보다 물을 많이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콩팥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갈 정도로 물을 마시게 되면 혈액 중 나트륨이 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감소하여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마라톤과 같은 심하게 땀을 흘리고 탈수가 된 상황에서 갈증이 심하게 난다고 맹물만 많이 마시게 되면 상대적으로 혈액 중에 나트륨의 농도가 감소하는 저나트륨혈증이 급격히 발생하여 사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적절하지 못한 수분 섭취로 발생하는 저나트륨혈증은 소변에서 나트륨의 농축이나 희석 능력이 감소한 노인에게서 훨씬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의 발생 속도와 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 신경학적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관련된 증상으로 두통, 오심, 구토, 심할 경우 정신이나 의식 장애, 간질 발작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하면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다.

◇ 개인의 질환과 복용하는 약에 따라 주의 필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장질환이나 콩팥질환(만성콩팥병), 내분비질환 등을 앓고 있는 노인의 경우 수분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물을 의식적으로 많이 마시지 않는 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과량의 염분 섭취로 인해 수분 섭취를 유발한 경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량의 염분을 섭취할 경우 우리 몸은 나트륨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심한 갈증이 생기고 이어서 물 섭취가 늘어나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염분 섭취는 심부전 환자의 경우에 말초부종뿐 아니라 폐부종도 유발할 수 있고, 콩팥병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폐부종이나 심한 전신부종을 유발하여 위험해질 수 있고 혈압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간경화의 경우에도 지나친 염분 섭취나 수분 섭취는 복수나 하지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노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약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중 나트륨이나 수분 조절에 관여하는 약을 먹는 경우 과량의 수분 섭취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부 혈압약의 경우에 이뇨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이런 약은 소변으로 나트륨이 빠져나가도록 하여 저나트륨혈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노인의 콩팥은 나트륨이나 수분의 조절 능력이 감소하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약 사용 시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수분 섭취를 과도하게 하면 심한 저나트륨혈증으로 진행하여 위험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1년 5월호 발췌

글 : 이창화 한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국제i저널 기자  iij@ii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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