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육 일반교육 경상북도
대구한의대학교 한방병원 지선영 교수 건강은 자연 질서의 한 부분신진대사는 흐르는 강물처럼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끊임없이 교체

▲ 대구한의대학교 부속포항한방병원 안이빈인후 피부과 지선영 교수 ⓒ국제i저널



건강에는 대박이 없다.

농사일을 예로 들어 보면 이해가 될 듯하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일일이 손을 봐야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농산물이 생산이 된다. 쌀알 하나하나, 과일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야만 질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농사일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안다.

한국 사람의 일에 대한 집중력과 성취 속도는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소위 말하는 대박신화에 대한 기대감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기도 하다. 밤샘을 하면서, 끼니를 걸러 가면서 몇 날 며칠이고 전력투구한다. 여러 과정을 압축하고 일의 본질에 다가서서 능률적으로 해결하는 힘은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다. 다른 나라들이 몇 세기를 두고 이루어놓은 경제적 성과를 불과 반세기 만에 추월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남다른 저력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진료실에서 건강문제와 연결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집중적으로 한꺼번에 치료를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 몸속의 신진대사는 흐르는 강물처럼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끊임없이 교체된다. 강물이 흐르면서 찌꺼기가 하구에 쌓이듯 우리 몸에도 내부의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흘러서 나가야 할 것을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압축하여 버릴 것인가, 아니면 그때마다 부지런히 제거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나 셀프케어도 마찬가지다. 건강은 자연의 진리와 가깝다. 강도보다는 빈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 해에 한 번씩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거나 한 달에 한 번 명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매일 동네 비탈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는 편이 훨씬 좋다.

자연의 이법이나 질서에는 압축이나 건너뛰는 일이 없다. 질병이 오는 것은 사고나 감염질환을 제외하면 자신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생활습관질환이라고도 부른다. 건강을 되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점진적으로 식습관이나 운동, 휴양, 정신 작용이 조화를 이루어 개선해 가야 한다. 의학은 인간의 생명이나 육체를 위기상황에서 구하기 위한 기술이며 건강 보전은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비타민, 영양제를 예를 들면, 적정한 양은 에너지 대사를 도우는 조효소로 작용하지만 남게 되면 결국 간이나 신장의 대사배설작용을 통해 배출되어야 한다. 그것은 공짜가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과정이다. 만일 배설이 안 되고 남아서 다른 조직에 머물게 되면 오히려 다른 질환을 유발하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자기를 중심으로 조절되는 것이지 절대적 기준이란 없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사나 헬스트레이너의 기술이 아니다. 생활습관을 자신의 능력이나 환경에 맞추어 균형 있게 조정하고 매일 실천하는 노력이다.

농사일이 자연이듯이 건강도 자연 질서의 한 부분이다. 그 곳에는 대박이나 압축이 없다.

대구한의대학교 부속포항한방병원 안이빈인후 피부과 교수 지 선 영

편집 : 여의봉  dig5678@naver.com

<저작권자 © 국제i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 : 여의봉의 다른기사 보기
여백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