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기고 경상북도
[칼럼] 소통하지 않는 권력자

이철헌(갈등치유연구소 연구위원)

선거철이 되면서 다시 많은 후보자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고개를 숙이고 배를 집어넣으며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하겠습니다. 저렇게 하겠습니다.’하고 갖가지 공약(空約)을 하고 다닌다. 저러다가 당선이 되고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고개에 깁스를 하고 배를 내밀고 다니며, 자신이 한 말도 잊어버리고 남의 말도 듣지 않는다. 소통하지 않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지 않고 직무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다.

왜 소통하지 않을까? 이는 남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자는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視角)이 10°이고 노루는 100°, 토끼는 170°라고 한다. 사자는 자기를 위협할 존재가 없기에 좌우를 살필 필요가 없으므로 시각이 넓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토끼는 언제 자신이 잡혀 먹힐지 몰라 항상 주위를 살펴야 하므로 시각이 넓다.

인간도 자신을 위협하는 맹수가 많을 때는 언제 자기 뒤를 덮칠지 몰라 무리를 이루고 뒤를 경계하며 살았다. 그러나 맹수가 사라진 오늘날 인간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으며 주위를 자주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자는 소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위기에 처하고 자신이 힘이 없을 땐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만, 재물이 있을 땐 주위에 알리지 않고 혼자서 독차지하려 한다. 민주주의사회에서 선거로 뽑힌 장(長)들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국민과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들인데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공약(公約)은 왜 공약(空約)이 될까?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뿐 타당성을 면밀히 살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책임을 앞 사람에게 돌리고 자신은 몰랐다고 한다. 사실을 몰랐다는 건 무능하다는 이야기이고, 알았다면 거짓말을 한 건데도 자기 잘못은 없다고 한다.

지난 4월 16일 진도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은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사고수습을 지휘하는 자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언론은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을 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선다. ‘같으나 다르다’는 뜻인 사이비란 말은 종교학자나 양식 있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으며 공식석상에나 언론에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특정종교에서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자신과 다른 교파를 이를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버젓이 이 말을 사용한다. 언론이 특정 종교의 대변인이 아닌데도 말이다. 언론이 이미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시녀가 되어버린 현실을 증명하는 듯하다.

정치학 교과서에는 권한과 책임과 의무는 정삼각형의 세 면과 같다고 하여 삼면등가(三面等價)의 법칙이라고 한다.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장(長)은 권한만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양만큼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온갖 권한은 최대한 누리면서 자기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잘못한 책임은 지지 않고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 이런 풍토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의무를 다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권한도 갖지 말아야 한다. 장(長)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번 사건을 또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하고 말아서는 안 된다. 사고 발생부터 진행되어온 모든 사실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어 진실을 밝혀야 하고, 권한을 가진 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는 더불어 사는 자이고, 소통하지 않는 자는 군림하는 자이다. 이번 선거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자를 뽑자.




<갈등치유연구소는 발전소 주변지역의 갈등에 초점을 둔 특성화 연구소로, 방사선환경시민포럼과 함께 지역갈등 치유를 위한 다양한 교육 및 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편집 : 김도희  yeu3030@naver.com

<저작권자 © 국제i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 : 김도희의 다른기사 보기
여백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